손코딩의 종말, 그리고 기술 권력의 이동

손코딩의 종말, 그리고 기술 권력의 이동

영화 《신의 한 수》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세상은 고수들에겐 놀이터요, 하수들에게는 생지옥이 아닌가."

전에는 선택받은 자들의 유토피아였던 고난이도 코딩이 이제는 모두의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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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의 발전 때문입니다. 커서(cursor), 코파일럿(copilot), 윈드서프(windsurf), 안티그래비티(antigravity), 클로드 코드(claude code) 등 이미 수많은 바이브 코딩 툴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좋은 현상이지만, 저는 조금 무거운 분위기로 이 변화를 다뤄보려 합니다. 이제 '손코딩 시대의 종말'이 도래했습니다. 아마 여러분이 저처럼 10년 넘게 코딩으로 밥벌어 먹고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 종말이 결코 달갑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겁니다. 20년, 30년 넘게 코딩을 해온 대선배님들이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이건 단순한 변화를 넘어, 안타깝게도 일종의 '상실'로 다가옵니다. 숙련에는 고통이 필요했고, 고통은 곧 성장이었으나, 이제는 효율이란 이름으로 대체 된 것 처럼 느껴집니다.


몇 년 전 초기 언어모델은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프롬프트를 기가 막히게 입력해야 간신히 함수 하나 내놓는 정도였죠. 그래서 코딩처럼 복잡한 영역은 아직 한참 남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년이 흐른 지금, 코딩의 신이라 불리는 리눅스와 깃의 아버지 리누스 토발즈(Linus Torvalds)조차 안티그래비티를 사용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직접 손으로 코딩하는 것보다 AI를 쓰는 게 낫습니다." (물론 파이썬으로 UI를 작성하는 부분에 대한 국한된 이야기였지만요.) 리누스 토발즈는 pull request에 F-word나 garbage라는 단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만큼 깐깐한 면모가 있습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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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누스 토발즈: 제가 손으로 한 것 보다 낫냐구요? 물론이죠. [1]



Redis의 창시자 안티레즈(antirez)도 "더 이상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것은 합리적인 코딩방식이 아닙니다"라고 못을 박았고 [3], 안드레 카파시(Andrej Karpathy) 역시 처음엔 토이 프로젝트에만 적합하다고 하더니, 최근에는 스스로 발전하는 AI의 효율성을 인간이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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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카르파티: 아.. 배워야 할거 진짜 많다. 그래도 코딩 효율은 진짜 많이 올라갔네



호모 데우스, 평범한 인간도 신이 되다.


어쩌면 이제 평범한 인간도 신의 영역에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영생은 몰라도, 기술적 권능은 얻은 셈이죠. 코로나 때만 해도 개발자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코딩은 단순히 언어만 배운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코드의 가독성, 메모리 효율, CPU 쓰레드 활용, 최적화 같은 깊이 있는 공학적 접근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디버깅 경험에서 나오는 예외 처리 능력, 이것이 고급 개발자와 초급자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였습니다. (물론, 이제는 과거형입니다.)

지금 "해 줘" 머신인 바이브 코딩 툴을 쓰면 이 모든 게 '딸깍' 한 번에 해결되기 시작합니다. 물론 기본 컨셉을 알아야 프롬프트도 넣겠지만, 예전엔 이 컨셉을 이해하고 직접 적용하는 데 길면 수개월이 걸렸다면, 지금은 효율화 방식부터 검증 플랜까지 단 몇 분이면 충분합니다.

단지 AI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것으로 끝납니다. "메모리 효율 검토하고 개선해줘." "연산 효율 검토하고 개선해줘." "제대로 적용됐는지 검증 계획 세워줘."

수개월의 공부가 몇 분으로 압축되고, 검증까지 길어도 한 시간이면 작업이 완료됩니다. 하드웨어 스펙 분석에 며칠씩 매달리던 시간도 이제는 PDF 파일 하나 넘기고 테스팅 방식을 설계하는 몇 분으로 대체되었습니다.




파라다이스, 혹은 디스토피아


선택받은 자들의 유토피아였던 고난이도 코딩이 이제는 모두의 놀이터가 된 이 상황. 과연 축복일까요? 이제 여럿이 매달려야 했던 프로젝트를 혼자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 너의 꿈을 펼쳐봐"가 드디어 가능해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 AI는 아직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기보다, 기존 시장의 효율을 높여 '비용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이미지와 영상 쪽은 이미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절감되고 있고, 코딩 역시 더 이상 신입을 뽑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퇴사자의 빈자리는 영구결번이 되고, 인간의 의미는 점점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메타나, 구글에서 해고가 발생하고 있기도 하고, 핀테크 기업인 클라나에 워딩이 좀 쎄게 나왔는데, 여기서는 AI 도입으로 생산성이 폭발하여 기존 3,800명 수준의 인력을 2,000명까지 줄여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엔지니어 조차도 말입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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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에서 또 1500명을 해고한다.


꿈을 펼치기 위해서는 천재이거나, 혹은 아주 많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신입을 뽑지 않는 시장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을까요? 결국 기존 세대가 축적한 경험과 압도적인 AI 활용도가 미래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기존 시장을 장악한 기업들이 더 높아진 효율로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훨씬 유리해진 상황이 된 것 같아 씁쓸함이 남습니다.



Reference

[1] https://github.com/torvalds/AudioNoise/commit/93a72563cba609a414297b558cb46ddd3ce9d6b5

[2] https://lore.kernel.org/lkml/CAHk-=wjLCqUUWd8DzG+xsOn-yVL0Q=O35U9D6j6=2DUWX52ghQ@mail.gmail.com/

[3] https://antirez.com/news/158

[4] https://x.com/karpathy

[5] https://nypost.com/2026/01/13/business/meta-to-cut-about-1500-jobs-in-reality-labs-as-zuckerberg-doubles-down-on-ai/

[6] https://www.reuters.com/technology/artificial-intelligence/swedens-klarna-says-ai-chatbots-help-shrink-headcount-202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