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교육: 나노바나나가 수학문제도 풀어준다고?

AI 시대의 교육: 나노바나나가 수학문제도 풀어준다고?

안녕하세요. 원클릭 에이아이 대표 오승영입니다.

Andrej Karpathy가 X(구 트위터)에 올린 글을 읽고 큰 울림을 받아,

그 핵심을 요약 및 의역해 정리한 뒤 제 현장 경험을 덧붙여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공학교육적 측면의 글입니다.

제목은 다소 과장처럼 보일 수 있지만, 변화의 방향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이렇게 붙였습니다.


여기서 제가 가장 크게 동의한 문장은 이것입니다.

교실 밖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을, 예전 방식 그대로 ‘실력의 증거’로 삼기 어려워지고 있다.



------ Karpathy 글 요약 및 의역 ------


핵심은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1. 숙제에서 AI 사용 여부를 “탐지”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진다.
  2. 평가는 교실 밖에서 교실 안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커진다.
  3. AI는 써야 하지만, 동시에 ‘검증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4. 평가 설계는 금지/허용의 이분법이 아니라, 조합과 설계의 문제다.


교실 밖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을, 예전 방식 그대로 ‘실력의 증거’로 삼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AI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AI를 능숙하게 활용하되, AI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갖추게 해야한다.

그리고 그 목표에 가까운 방식 중 하나는 평가의 중심을 교실 안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 요약 끝 ----------









과제의 역할은 “정답 경쟁”에서 “과정 훈련”으로 바뀐다


저는 지난 몇 년간 AI와 코딩을 가르치며 과제를 내고 성적을 매겨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과제가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숙제를 통해


  1. 학생이 실제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2. 채점과 등급을 통해 변별력을 만들고
  3. 반복 연습으로 실력을 올리는
  4. 이 세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LLM이 문제 풀이를 상당 부분 대체합니다. 게다가 거의 모든 학생이 접근 가능한 시대가 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AI를 “안 쓰는 것”이 오히려 성적에 불리한 선택이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과제를 낼 때부터 방향을 바꾸곤 합니다.

예를 들면 “AI를 사용해도 된다”가 아니라, 아예 AI 사용을 전제로 한 과제(예를들어, 프로그램 해킹)를 내거나, 혹은 학생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핵심인 프로젝트형 과제로 설계합니다. 다만 모든 수업을 이런 방식으로만 끌고 갈 수는 없습니다.




수학에서 “유도 과정”이 사라지면 안되는데...


이제는 나노바나나가 수학문제도 손글씨로 풀어준다.


아마 구시대적인 생각일지도 모릅니다만, 수학에서 어떤 수식을 배울 때, 결론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유도해 보는 과정 자체가 학습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도 과정에서 내가 이해하지 못한 지점을 발견할 수 있고, 잘못 알고 있던 개념을 바로잡을 수 있으며, 새로운 논리를 세우는 힘도 생깁니다.


그런데 AI 시대에는 이 과정이 쉽게 생략됩니다. “딸깍” 한 번으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책도 요약되고, 긴 문서도 요약되고, 사고 과정마저 압축됩니다. 편해진 만큼 깊이가 뒤로 밀릴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편의성이 너무 크다 보니, 공부를 잘하는 학생일수록 오히려 더 자주 AI에 기대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깊게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이건 공부 못하는 학생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잘하는 학생일수록 효율을 위해 AI를 더 많이 쓰게 됩니다.



이때 발생하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과제가 맡아 왔던 역할 중 하나였던 변별력이 약해진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채점 과정에서 AI로 작성된 레포트만 40편을 보게 된다면, 이것을 평가하는 것이 굉장이 어렵습니다. 이에 따른 학생들의 컴플레인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깁니다.

문제 풀이 능력은 정말 필요할까요? AI가 있는데도요.

암산 능력은 정말 필요할까요? 계산기가 있는데도요.

AI 시대에 “과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이미 정답을 쉽게 알 수 있는 과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한가지 문제가 더 있는데, 이런 모델의 경우 현재 Gemini가 무료로 제공해주면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편차 없이 같은 모델을 사용 할 수 있게 되는데, 추후 가격변동이 생기게 된다면, 학생들간에 "Pro"를 구독할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사이에 편차가 발생 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추후 블로그를 통해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교육은 “경험”으로 이동한다


AI 시대의 교육은 ‘지식 전달’에서 ‘실행’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의 방향이 실습과 경험으로 옮겨간다면, 과제 역시도 컴퓨터 화면 안에서 끝나는 활동이 아니라 하드웨어 제작, 실험, 관찰, 디버깅처럼 AI만으로는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이 수업 시간 안에서


  1. 직접 데이터를 모으고
  2. 모델을 만들고
  3. 하드웨어를 제작하고
  4. 실패를 수정하고
  5. 작동하는 결과물을 완성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설계해 왔습니다. 학생들이 ‘Homework’가 아니라 ‘Classwork’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교수자 앞에서 직접 만들고 실패하고 수정해 보는 구조입니다. 하드웨어 위에 CPU를 올리고, 그 위에 AI까지 얹어 “내가 만든 시스템”으로 완성해 보는 과정은, AI만으로는 대체하기 어려운 학습 경험이 될 수 있도록 말이죠.


저는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과제는 예전처럼 “정답을 얼마나 잘 맞히는지”를 가르는 도구로는 약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제, 즉, 어떠한 목표를 학생들에게 쥐어주는 것은 여전히 “사고의 근육”을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과거의 많은 문제들은 더 이상 학생들에게 도전할만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모두가 AI를 써서 과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이 말입니다.


다만, 하드웨어는 속일 수 없습니다.

작동하면 실력이고, 멈추면 문제입니다.

AI가 도와줄 수는 있어도, 그 과정을 대신해 주지는 못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실패도 해보고, 이 과정을 통해 배우고,

반대로, 올바르게 원하는대로 동작하는 것에서 오는 성공의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교실이 다시 중심으로


Andrej Karpathy의 말대로 앞으로 과제가 아래와 같이 점점 더 수업 시간 안에서 수행되는 형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1. 수업 시간에 과제를 수행한다
  2. 교사(교수자) 감독 하에 진행한다
  3. 수업이 끝나기 전에 제출하고 즉시 피드백을 받는다


물론 이 방식은 학생과 교수자 모두에게 시간적, 체력적 부담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한된 시간 내에 깊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를 충분히 다루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 지점이 '시험'이 여전히 갖는 독자적인 위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부담이 큽니다. 학생도 교사도 힘들 수 있고, 깊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는 짧은 시간 안에 끝내기 어렵습니다. 하나의 과제를 여러 수업을 통해다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를 둘러싼 논의가 “과제를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확인할 것인가”로 이동하는 흐름은 분명해 보입니다. AI를 둘러싼 논쟁은 종종 ‘사용 vs 금지’로 단순화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교실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변화는 그보다 복잡합니다. 숙제가 지녔던 역할이 흔들리는 만큼, 평가와 학습의 중심이 어디로 이동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직은, 아마도 과도기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AI의존도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AI을 활용해보기 전에, 스스로 해결해보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지금은 “숙제나 과제가 끝났다”라고 단정하기보다, 기존의 숙제나 과제가 맡아왔던 기능이 재배치되는 시기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측면에 있어서, 실제로 만들어보고 동작시켜 보는 하드웨어 기반의 교육이 이제는 하나의 보편적인 교육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결국 제목은 과제의 몰락이라 적었지만, 과제의 재정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의 끝에, 온전한 AI 시대의 교육이 도래할지도 모르겠습니다.